성북동 한용운 동상

님의 침묵/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성북동 심우장 입구
만해 한용운 동상.

심우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3년 만해 한용운이 지은 집으로 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북향집인데 독립운동가였던 그가 남향으로 터를 지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됨으로 이를 거부하고 북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처럼 일제에 저항하는 삶으로 일관했던 한용운은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다.
(18790829~19440629)
성북구 성북동 221-1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