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피면
오순택
고추잠자리 쉼 없이 날고 있었지
누나 손을 잡고 메밀밭 가에 서면
소금을 뿌린 듯 메밀꽃 피어 있었지
앉을까말까 고추잠자리 생각하고
살래살래 메밀꽃 고갤 흔든다.
실바람 숨죽이고 모여 있었지
누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 올 때쯤
달빛을 덮고 메밀꽃 자고 있었지
깨울까말까 실바람 생각하고
가만가만 메밀꽃 고운 꿈꾼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는
걸음도 시원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
메밀꽃
박성룡
달밤에 할 일이 없으면
메밀꽃을 보러 간다.
섬돌가 귀뚜라미들이
낡은 고서(古書)들을 꺼내 되읽기 시작할 무렵
달밤에 할일이 없으면
나는 곧잘 마을 앞 메밀밭의
메밀꽃을 보러간다.
병든 수숫대의 가슴을 메우는
그 수북한 메밀꽃 물결,
때로는 거기 누워서
울고도 싶은 마음.
아, 때로는 또 그 속에 목을 처박고
허우적거리고 싶은 마음.
멋진 view 에서 들고 나온 사다리를 선뜻 내어 주신 생면부지의 작가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2014.0907.추석 하루 전,인천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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